종신보험이라고 하면 대부분 어떤 생각이 먼저 떠오를까요?
아마도 “내가 사망한 뒤 가족이 받는 보험금”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 것입니다. 실제로 종신보험의 가장 대표적인 기능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유가족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이야기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내가 가입해 둔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일부를 사망한 뒤가 아니라 살아있을 때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는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가 시행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러면 내가 죽기 전에 1억원 중 일부를 받을 수 있다는 뜻인가?”라는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종신보험이라면 가능합니다.
금융위원회는 2025년 10월 한화생명, 삼성생명, 교보생명, 신한라이프, KB라이프 등 5개 생명보험사에서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먼저 시작했고, 2026년 1월 2일부터 대상 계약이 있는 생명보험사 전반으로 확대했습니다.
그렇다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정확히 무엇이고, 누구나 신청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질문, 과연 신청하는 것이 유리할까요?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란? 종신보험금을 생전에 받는 방법
사망보험금 유동화란 쉽게 말해 종신보험의 사망보험금 일부를 줄이는 대신 그에 해당하는 해약환급금 등을 재원으로 생전에 돈을 지급받는 제도입니다.
여기서 가장 먼저 알아둬야 할 것이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의 최대 90%까지 유동화할 수 있다”는 설명을 보고
사망보험금 1억원 × 90% = 9,000만원
그러므로 9,000만원을 생전에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 가운데 어느 정도를 유동화 대상으로 설정할 것인가를 의미합니다. 실제 내가 받는 금액은 계약의 해약환급금, 가입 시기, 적용 이율, 유동화 기간, 신청 나이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따라서 같은 사망보험금 1억원짜리 종신보험이라도 사람마다 받을 수 있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초기 이용실적을 보면 이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 15일 기준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은 1,262건이었고, 한 건당 지급되는 금액은 연평균 약 455만8천원이었습니다. 월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37만9천원 수준입니다.
즉 사망보험금 전체를 한꺼번에 찾아 쓰는 제도라기보다는 종신보험에 묶여 있던 자산의 일부를 노후생활비 형태로 바꾸는 제도라고 이해하는 것이 더 정확합니다.
또한 유동화 비율은 사망보험금의 최대 90% 범위에서 선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100%를 유동화하지 않고 일부만 활용해 사망보험금을 남겨놓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생전에는 일정한 노후자금을 확보하면서 사망 시에는 남아 있는 사망보험금을 가족에게 지급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만으로 노후생활비가 부족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55세 전후 은퇴를 했지만 국민연금을 본격적으로 받기까지 시간이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이른바 ‘소득 크레바스’ 기간을 메우는 방법으로 활용할 수도 있습니다.
누구나 받을 수 있을까? 사망보험금 유동화 신청조건 확인하기
그렇다면 종신보험에 가입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을 수 있을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를 이용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가장 먼저 신청 시점에 만 55세 이상이어야 합니다. 다만 소득이나 재산에 따른 별도의 제한은 없습니다.
그리고 모든 종신보험이 대상이 되는 것도 아닙니다.
대표적인 기본 조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신청 시점 만 55세 이상
금리확정형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9억원 이하
보험료 납입 완료
계약기간 10년 이상
납입기간 10년 이상
계약자와 피보험자가 동일
신청 시점에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없을 것
월적립식 계약
특히 눈여겨봐야 하는 것이 보험계약대출입니다.
흔히 종신보험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보험계약대출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현재 보험계약대출 잔액이 있다면 사망보험금 유동화를 바로 이용할 수 없습니다.
다만 보험계약대출을 상환하면 다시 유동화가 가능할 수 있으므로 본인의 계약 상태를 보험회사에서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래전에 가입한 종신보험이라고 해서 무조건 제외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과거 판매된 종신보험 가운데 조건을 충족하는 계약에도 적용될 수 있도록 제도성 특약을 부가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 보험은 15년 전에 가입했으니 해당되지 않겠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보험료 납입을 이미 끝냈고 오랫동안 유지해 온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이 있다면 확인해볼 만합니다.
2026년 1월 2일부터 대상 계약이 존재하는 19개 생명보험사로 제도가 확대됐고, 대상 계약자에게 보험사가 문자나 카카오톡 등으로 안내하도록 했습니다.
다만 안내 문자를 받았다고 해서 신청 시점에도 무조건 자격이 유지되는 것은 아닙니다. 안내를 받은 후 보험계약대출을 받거나 계약 상태가 바뀌면 조건을 충족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사망보험금의 수익자가 가족으로 지정되어 있어도 유동화 신청 시 반드시 그 수익자의 동의가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동화 재원이 되는 해약환급금은 기본적으로 계약자의 몫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가족의 생활보장을 위해 가입했던 종신보험이라면 단순히 “내 돈이니까 내가 사용한다”고 판단하기보다는 배우자나 자녀와 충분히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사망보험금 1억원이라면 신청하는 게 좋을까? 반드시 따져봐야 할 부분
그렇다면 가장 현실적인 질문이 남습니다.
“내 종신보험 사망보험금이 1억원인데, 유동화를 신청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당연히 죽은 뒤에만 받을 수 있었던 보험의 경제적 가치를 살아있는 동안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들이 이미 독립했고 배우자 역시 별도의 노후자산이 충분하다면 사망보험금 1억원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보다 일부를 자신의 생활비로 활용하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반드시 일정 규모의 사망보험금을 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유동화 비율을 높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사망보험금을 유동화하면 그만큼 사망 후 가족에게 지급되는 보험금이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최대 90%까지 가능하다”는 말만 보고 무조건 90%를 선택해서는 안 됩니다.
예를 들어 사망보험금이 1억원이고 가족에게 최소 5,000만원은 남겨두고 싶다면 높은 비율을 유동화하는 것보다는 자신의 생활비와 남겨야 할 사망보험금 사이에서 적절한 수준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동화 기간 역시 중요합니다.
기간을 길게 설정하면 장기간에 걸쳐 활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급되는 금액의 구조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반대로 짧은 기간을 선택하면 상대적으로 집중해서 활용하는 형태가 됩니다.
같은 유동화 비율과 기간을 선택하더라도 신청 나이가 많을수록 해약환급금이 증가해 수령액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다행히 한 번 선택하면 평생 변경할 수 없는 구조는 아닙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는 이용 중 일시 중단이 가능하고, 중단 후 비율이나 기간을 조정해 다시 신청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또한 보험사에서는 신청할 때 유동화 비율과 기간에 따른 지급금액 비교표와 시뮬레이션을 제공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신청 전에는 반드시 몇 가지 안을 비교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유동화 50% + 10년’
‘유동화 70% + 10년’
‘유동화 90% + 5년’
처럼 조건을 다르게 설정했을 때 생전에 받을 수 있는 금액과 최종적으로 남는 사망보험금이 각각 얼마나 되는지 비교하는 것입니다.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는 종신보험의 의미 자체를 조금 바꾸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종신보험을 “내가 죽으면 가족이 받는 돈”으로만 생각했다면 이제는 일정 조건을 충족할 경우 “나의 노후에도 사용할 수 있고, 남은 금액은 가족에게 남길 수 있는 자산”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물론 무조건 신청해야 하는 제도는 아닙니다.
노후 생활비가 충분하고 가족에게 많은 사망보험금을 남기는 것이 더 중요하다면 기존 계약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나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동산이나 금융자산은 많지 않은데 오래전에 가입해 보험료 납입을 끝낸 종신보험이 있다면 한 번쯤 자신의 계약이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인지 확인해볼 만합니다.
특히 만 55세 이상이고, 오래전에 가입한 금리확정형 종신보험의 보험료를 모두 납부한 상태라면 보험사 고객센터를 통해 “제 종신보험이 사망보험금 유동화 대상인지, 유동화 비율별 예상 수령액은 얼마인지” 문의해보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망보험금 1억원이 있다고 해서 9,000만원을 현금으로 바로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유동화 비율, 가입 연령, 계약기간, 해약환급금, 적용이율 등에 따라 실제 받을 수 있는 금액이 달라지므로 반드시 자신의 보험계약을 기준으로 시뮬레이션을 확인해야 합니다.
그동안 통장이나 부동산만 노후자산이라고 생각했다면 앞으로는 오래 유지해 온 종신보험도 한번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습니다. 어쩌면 죽은 뒤에만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던 보험금이 현재의 노후생활을 보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자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이 글은 금융위원회의 사망보험금 유동화 제도 발표자료를 바탕으로 작성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실제 적용 여부와 수령금액은 가입한 보험상품과 보험회사, 계약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신청 전 해당 보험사를 통해 확인하시기 바랍니다.